최근 들어 전통 방식 주류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지만, 사실 그 맥은 1960년대 이후 거의 끊겼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술의 주류는 증류식 소주였다. 그러나 1965년 정부가 전후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쌀 주조 금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쌀 대신 고구마·타피오카 등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물에 희석하고, 여기에 감미료와 향료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가 대중화되었고 그 흐름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절된 증류식 소주는 2005년 조태권 ㈜화요 회장이 프리미엄 증류 소주 화요(火堯)를 출시하며 다시금 부활하게 된다.

조태권 회장은 화요를 출시하며 기업가로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당시 시장은 ‘초록 소주’와 맥주가 장악하고 있어 증류식 소주의 점유율은 사실상 ‘0’에 가까웠다. 게다가 100% 쌀을 원재료로 사용해 제조원가는 주정을 쓰는 ‘초록 소주’의 몇 배에 달했지만, 주세법상 세율은 동일해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화요가 농업회사법인이 아니어서 전통 방식을 고수했음에도 ‘전통주’라는 이름조차 쓸 수 없었다. 조 회장은 이러한 불리한 조건과 각종 악재를 감내하면서도 화요의 출시를 밀어붙였다

조 회장이 화요 출시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철학 때문이었다. 1989년 가업인 광주요를 이어받은 그는 우리나라 도자기 문화가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식문화에서 찾았고, 자연스럽게 도자기에 담기는 음식과 술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조 회장은 당시 고급으로 평가받던 양식·양주와 달리 한식과 한국 술이 ‘값싼 음식’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다. 그 의지가 한식당 가온과 비채나, 그리고 화요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결국 화요는 단순한 비즈니스 선택이 아니라, 음식·술·그릇이 어우러지는 한국적 식문화를 되살리려는 철학적 결단에 가까웠다.

그 같은 결정이 불러온 현실은 냉혹했다. 2003년 설립된 화요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창립 12년 만인 2015년이었다. 12년간 이어진 적자 탓에 다른 주류 기업처럼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거나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기조차 어려웠다. 전통 주류 시장이 자리 잡은 것도 멀게는 2010년대 후반, 가깝게는 팬데믹 이후 ‘홈술족’이 늘면서부터다. 결국 조 회장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화요는 물론 증류식 소주 시장도 여전히 ‘0’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이제 화요의 ‘드라마’는 세계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요는 2005년 화요25, 화요41의 첫 수출을 시작한 이래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동남아시아, 호주 등 30개국에 화요17, 화요19金, 화요25, 화요41, 화요53, 화요X.Premium 등의 제품을 수출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나라 전통 주류의 가치를 알려 나가고 있다.

조희경 화요 대표는 “화요는 대한민국 소주 최초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과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다가오는 추석에는 화요 선물을 통해 단절된 전통을 잇고, 한국적 가치를 담은 ‘K-스피릿’을 함께 음미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