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2012)는 G20 국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를 소득주도 성장국으로 분류한 바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1% 높아질 경우 순수출이 0.36% 줄어드는 대신 소비가 0.43% 늘어나 결과적으로 수요가 0.06% 확대된다는 것이다. OECD 15개국 중에서 8개국이 노동소득을 늘릴 경우 성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내 경제학자들도 노동소득 분배율과 성장에 정의 관계가 존재한다는 분석들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서 노동소득 증가가 결국 성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시되고 있다[24] [25]. 한국과 같이 내수시장이 좁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금인상 등 노동소득 분배율을 늘리는 수단들이 수출경쟁력이 저해하여 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소득 분배율과 소비, 투자, 순수출의 관계를 분석해보았다. 경제성장률과 노동소득 분배율, 금리, 주택가격 매매지수를 이용하여 소비함수를 추정해보면 노동소득 분배율이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투자함수는 GDP와 노동소득 분배율, 분기별 해외직접 투자액(FDI)를 통해 추정해보았으나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기업의 투자에서 비용측면보다는 경제환경이나 사업전망 등이 더 중시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순수출의 추정에는 GDP, 노동소득 분배율, 세계경제 성장률, 환율 변수를 이용하였다. 외환위기 이전의 기간에는 다른 변수들보다 환율의 영향이 컸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환율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GDP와 노동소득 분배율이 순수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노동소득 분배율의 확대가 교역조건 악화를 통해 순수출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한 바두리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추정결과를 요약해보면 노동소득 분배율 상승은 소비를 확대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순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높아서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성장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노동소득 분배율 1%p 상승할 때 성장률은 0.029%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하지 않게 나타나 노동소득 증대가 장기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판단하기 어렵다.

산업 집중 현상이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의 주 원인

우리나라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노동소득 분배율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세계화, 기술진보, 기업집중효과 등을 살펴보기 위해 1993~2014년 광업 제조업 조사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패널 분석을 실시하였다(차트 14). 분석 결과 산업집중도의 변화가 노동소득 분배율에 미치는 영향이 높게 나타났다. 상위기업의 매출 비중이 1%p 늘어날 때 그 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평균적으로 0.21~0.27%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집약도 등 기술변화의 효과를 나타내는 변수와 수출 등 세계화 지표 역시 노동소득 분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집중도 변화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낮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오토르 교수의 분석과 유사한 결과이다. 다만 시장집중의 원인이나 가격결정력 등에서 미국기업과 우리기업은 상이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상위기업들은 자본투입의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내수시장이나 세계시장에서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이윤을 획득하는 경향이 있다. 수출 중심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세계화와 경쟁확대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지면서 자본투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시장을 차지하는 경향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위기업들은 국내적으로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출시장에서는 경쟁압력이 높아 가격결정력과 이윤규모가 미국기업에 비해 크지 않다.1 글로벌 상위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