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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글로벌 리플레이션 현상 진단

2014년말 이후 초저물가 시기 진입
뉴스일자: 2017-04-19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리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초저물가에서 벗어나면서 디플레 리스크가 줄어들고 실물경기도 회복되어 물가상승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기조적으로 하향흐름을 보여왔다. 2000년대 중반 초호황기에는 물가가 안정되면서 고성장-저물가를 경험했으며 2014년 이후부터는 주요 선진국들이 0%대 저물가, 혹은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면서 로플레이션기에 접어든 바 있다.
2000년대 초호황기의 물가안정의 주된 원인은 IT 기술 확산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중국의 디플레수출 효과였으나 로플레이션기에는 이러한 효과가 상당부분 사라졌다. 대신 로플레이션기에는 호황기 중 크게 늘어난 글로벌 공급능력에 수요가 미치지 못해 디플레 갭이 발생했다는 점과 셰일오일 기술 개발로 원자재 부문의 생산성이 높아진 점이 저물가를 가져왔다. 2000년대 호황기에는 통화정책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로플레이션기에는 디플레 리스크를 막는 데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리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과잉공급의 조정이다. OPEC 산유국이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했으며 그동안 과잉설비가 우려되던 철강, 석탄 분야에서 중국정부의 설비감축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 분야에서는 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가격반등에 일조했다. 반면 수요측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은 아직 크지 않다.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에 비해 아직 실물경제의 생산 및 수요증가는 빠르지 않다.
유가가 계속 상승하기보다는 당분간 50달러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공급조정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세계경기의 본격적 회복도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자국이기주의에 따른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지속적인 성장을 제약할 것이다. 하지만 가용노동력 부족이 점차 심화되면서 임금이 상승하는 등 노동시장에서의 인플레 압력은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실물경기 영향을 우려해 주요 선진국 정부는 물가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을 일정기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 주요 선진국 물가상승률은 계속 높아지거나 0%대로 돌아가기보다는 2~3% 내외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상승은 국제유가 상승과 국내 농축산물 공급충격에 기인한다. 유가상승이 멈추고 공급충격이 진정되면서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1%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세계교역 위축과 보호주의 등 우리경제에 불리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우리경제의 성장저하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이 높지 않아 선진국 대비 낮은 물가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과거 일본과 같은 디플레 발생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1. 글로벌 인플레 흐름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 미연준의 잠정적인 목표치인 2%를 넘어서 올 2월에는 2.7%에 이르렀다. 저물가에 시달리던 유로존 역시 2월중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도달하기도 하였다. 2015년초 주요 33개 선진국 중 물가상승률이 1%를 하회하는 국가가 30개국에 달해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았지만 올 2월에는 25개국(76%)의 물가상승률이 1%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말 이상기온으로 채소류 등 농산물가격이 급등했고, 연초에는 AI, 구제역 등으로 계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0%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3월 2.2%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대부분 국가에서 물가상승세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은 올해 세계경제의 중요한 흐름이 되었다.
물가가 상승하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을 우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의 물가상승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대감이 더 크다. 수년간 제기되어 오던 디플레 우려가 줄어든 데다 인플레이션이 경기회복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제조업 생산이 늘면서 세계교역이 회복되고 개도국 경기도 부진에서 벗어나는 등 대부분 국가에서 경기지표들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역시 연초부터 수출이 두 자리수 증가세를 보이고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등 경기회복 기대가 커졌다.
최근 물가상승 흐름에 대해 ‘리플레이션(reflation)’이란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이는 2014년말 유가급락 이후 지난해 중반까지 이어졌던 초저물가 상황을 ‘로플레이션(lowflation)’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응되는 개념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리플레이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플레이션을 가져왔던 요인들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변화가 다시 물가상승률을 높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4년말 이후 초저물가 시기 진입

198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은 전반적으로 하향안정 추세를 보였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를 일반적으로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장이나 가격변수들의 변동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때 두 자리수를 넘어서기도 했던 선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반 오일쇼크의 충격이 사라지면서 이후 2~3%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특히 2000년대 중반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5%에 이르는 초호황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되면서 세계경제의 고성장-저물가 시기로 불린 바 있다. 2000년대 후반 유가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이는 단기에 그쳤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2014년 말부터는 0%대의 초저물가가 지속되는 로플레이션 시기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반등하면서 다시 전과 같은 고성장 및 안정적인 물가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성장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14년말 유가하락을 계기로 물가상승률은 한 단계 더 낮아졌다. 2000년대 대안정기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 수준이었다면 로플레이션 시기에는 1% 미만으로 낮아졌다. 2015~16년중 미국과 유로존은 월간으로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하였으며 평균적으로 0~1% 수준의 초저물가를 경험했다. 아베노믹스 개혁과 소비세 인상으로 인플레 전환 기대가 높았던 일본 역시 2016년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00년대 호황기와 로플레이션 시기 저물가의 원인은 상이

호황기의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로플레이션 시대의 저물가에 대해서는 불안한 시각이 팽배했다. 인플레이션율의 하락과 경제성장률의 저하가 같이 나타났을 뿐 아니라 0%대의 낮은 물가는 디플레이션 발생의 전조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초호황기에는 낮게 유지되는 물가상승률이 소비와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었으나 로플레이션 시기에는 계속 하락하는 물가상승률이 경제활동을 더 위축시켰다. 소비자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게 되자 소비자들은 구매결정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나타났다. 수요 둔화와 판매단가 하락으로 매출이 위축되면서 기업 투자 및 고용도 보수적이 되었다. 명목기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정부의 조세수입이 둔화되었고 국가부채 리스크도 커지면서 재정정책 여력이 축소되었다.
낮은 물가가 유지된다는 방향성은 유사하지만 호황기와 로플레이션 시기 저물가의 원인은 크게 달랐다. 대안정기의 물가안정 요인으로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IT기술 확산에 따른 생산성 증대이다. IT 기술 발전은 컴퓨터 등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산업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는 다른 산업에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정보수집, 제품개발, 재고 및 재무관리 등 경영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생산비와 제품가격을 낮출 여력이 커졌다. 물류 및 유통비용 등 거래비용의 하락 역시 물가안정에 기여했다. 미상무부는 IT 기술의 발전이 1990년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평균 0.5%p 떨어뜨렸다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IT기술 확산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는 더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IT기술 확산과 함께 생산성 상승을 이끈 요인은 중국이다. 중국이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저렴한 노동력이 세계시장에 더 많이 공급되면서 제품가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농업 등 낮은 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력이 선진국으로부터 유입된 자본 및 기술과 결합된 제조업 부문으로 이동하면서 세계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진 것이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선진국에서는 수입물가가 하락했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경쟁이 확대되면서 자국산 제품가격도 하향압력을 받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선진국에서는 서비스 물가에 비해 재화 가격 상승률이 크게 낮았으며 특히 개방도가 큰 부문일수록 물가상승세가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개도국으로부터의 수입확대가 소비자물가 안정요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생활물가가 낮게 유지되면서 임금상승 압력도 낮아졌다.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 역시 선진국 노동수요를 둔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로플레이션기, IT 생산성 효과와 중국효과는 약화

2010년대 로플레이션기의 물가상승률 하락요인은 2000년대 고성장-저물가기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IT부문의 생산성 증가 효과나 중국의 디플레 수출효과는 2010년대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노동생산성은 2005년경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꺾인 바 있다. 여러 가지 분석들이 제기되지만 생산성에 관한 분석으로 잘 알려진 노스웨스턴 대학의 고든교수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혁신, 전자상거래 등을 통한 유통혁신이 2000년대 중반경 마무리되면서 IT부문이 생산성에 기여하는 효과가 점차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금융위기 이후에는 제조업 성장이 저하되고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수요확대를 주도하면서 생산성 상승세를 낮추는 원인이 되었다.
중국으로부터의 디플레 수출효과 역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역 증가율은 1990년대 6.7%, 2000년대 금융위기 이전까지 7.3%를 기록해 세계경제 성장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으나 2012~2016년 기간중 3.0%에 머물러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회했다. 중국의 수출액 증가율 역시 2000년대 26.7%에서 지난 5년에는 2% 내외로 둔화되었다. 더욱이 2000년대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한 중국은 임금과 토지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저비용 생산 메리트가 떨어졌다. 수출의 양적 측면이나 가격 측면에서 세계경제의 인플레율을 낮추는 효과가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로플레이션기 물가하락의 원인 - 제조업의 수요부진과 과잉공급, 원자재 생산성 증대
호황기의 생산성 증대와 저임노동력 유입이라는 세계경제의 공급능력 확대 효과가 2010년대에 유의미하게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로플레이션 시기에 물가가 더 크게 떨어졌던 원인은 호황기에 갖추어진 세계경제의 공급능력에 세계수요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가계부채, 유럽의 정부부채 등 선진국 부채위기로 가계와 정부가 수요조정에 나서고 국가간 교역이 위축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3~2007년 호황기 4.5%에서 2012~2016년에는 3.3%로 둔화된 바 있다. 반면 호황기 높아졌던 세계경제의 공급능력은 단기간에 조정되지 않았다. 높은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하에 중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공급능력을 크게 늘렸지만 수요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당 규모의 설비가 과잉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국가에서 수요가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디플레갭이 발생했다. OECD는 2000년대 호황기에는 회원국의 실제GDP가 잠재GDP보다 높아 0.8% 정도의 인플레갭이 나타났으나 2010년대에는 -1.9% 규모의 디플레갭이 지속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선진국중에서 미국, 유로존의 디플레갭이 각각 -2.1%, -2.8%로 높게 나타났다. 제한된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가격경쟁 역시 물가를 추가적으로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세계경제 성장률이 3%대를 유지하면서 경기침체가 심하지는 않았다는 점으로 볼 때 수요부진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디플레를 우려할 정도로 낮게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요 선진국의 물가상승세가 0%대까지 떨어진 것은 2014년말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해 단기간 내 절반 이하 수준까지 낮아진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원유 수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셰일기술 발전으로 석유공급이 확대되었고 이는 과점체제 하에서 유가를 높게 유지했던 OPEC국가들의 가격결정 능력을 약화시켰다. IT 기술 대신 석유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른 생산성 증대가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통화정책의 역할 - 물가안정에는 성공했으나 디플레 극복에는 역부족

로플레이션기에 통화정책의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꾸준히 높아져온 점은 중요한 물가안정 요인으로 지적된다. 오일쇼크의 충격이 진정된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지표들의 변동성을 낮추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어 통화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70년대 고물가 시기에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계속 넘어서는 현상을 경험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고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해 8, 90년대에는 단기금리를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유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실질 단기금리(=단기금리-물가상승률)는 플러스를 유지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에 통화정책이 1:1로 적극 대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물가를 하향 안정시키는 방향에 있어서는 통화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로플레이션 시기 디플레 리스크를 막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융위기 직후 미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은 즉각적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해 제로금리 시대가 시작되었으며 대안정기 시기와는 반대로 단기금리가 항상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유지되도록 했다. 그렇지만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는 뚜렷이 회복되지 못했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회귀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었다. 미래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풀린 통화가 수요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다시 예금 등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환류되는 유동성 함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중앙은행들은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전통적(unconventional) 통화정책까지 사용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양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 리플레이션의 원인과 전망

물가상승 주 원인은 과잉공급 조정

최근 선진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안정기와 유사한 2~3%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수요회복 때문에 물가가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수요가 호전되고 있지만 속도가 완만해 아직 수요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요국에서 주가지수, 제조업 구매자지수, 소비자 심리지수 등이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이나 소비 등과 같은 실질지표들의 증가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다. 예를 들어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은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0.6%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물가상승으로 디플레 리스크가 줄어들고 미국 재정확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호전되었지만 가계의 실질적인 소득증가가 아직 미진하고 정치사회적 불확실성도 높아 실물경기의 회복세는 강하지 않다.
물가상승을 가져온 중요한 원인은 수요회복이라기보다는 과잉공급의 조정이다. 지난해 1월 배럴당 26.9달러까지 낮아졌던 국제유가(두바이 기준)는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며 올 1월 53.7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라 OPEC 산유국의 감산합의 때문이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국가재정 악화로 정치불안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산유국들이 감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동안 과잉설비가 우려되던 산업분야에서도 공급조정이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가격하락 추세가 완화되었다. 특히 중국은 기업부채 증가가 국가리스크 확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과잉설비 산업에서 생산능력을 과감하게 줄이고 있다. 대표적인 공급과잉 산업이었던 철강의 경우 중국정부는 과잉공급 조정을 위해 2016~2020년 1억~1억5000만 톤의 감축목표를 세운 바 있으며 이를 초과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철광석 가격은 연초대비 두 배 가량 상승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부문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M&A나 생산라인 조정 등 구조조정으로 판매단가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유가상승과 대규모 선복량 감축 등 해운기업 구조조정에 힘입어 해상운임도 지난해 상승흐름을 보인 바 있으며 선박수출 가격도 하락세가 완화되는 상황이다.
최근 대부분 주요국에서 리플레이션 현상이 관측되는 점도 국제원자재 가격이 물가상승의 주요 요인임을 설명해준다. 오랜 기간 동안 주요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그 원인으로 국제원자재 가격 변화, 공통된 경기사이클, 유사한 통화정책 방향 등이 지목된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부분 국가의 실물경기가 부진해 임금상승이나 대내 수요요인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거의 없었으며 통화정책 역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제한되었다. 결국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이 각국의 물가상승률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각국 인플레이션 변동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요인을 추출해보면 실제 원자재가격과 매우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세계물가는 2000년 이후 미국과 유로존 물가상승률 변동분의 65%, 86%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00년대 호황기에 세계물가 설명력이 53%, 47%였던 것에 비해 최근 들어 설명력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원자재 공급조정에 따른 인플레 효과는 조만간 사라질 것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OPEC 산유국들이 감산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원유재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미국 셰일오일 시추활동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EIA는 셰일오일 생산 증가세가 점차 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셰일오일의 한계생산비가 50달러대인 것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는 상승세가 지속되기보다는 50달러대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초 유가가 20달러대까지 떨어진 바 있어 올 1분기 전년 대비 유가상승률이 60%를 넘어섰지만 향후 50달러대 유가가 유지된다면 조만간 물가상승 효과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원자재 가격도 지속적인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철강의 경우 수요증가가 본격화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생산능력을 줄였지만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의 철강기업들이 생산물량을 쏟아내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3월중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효과가 사라지면서 주요국에 나타났던 빠른 물가상승세는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 본격 상승국면 진입은 어려울 전망

세계경제가 하향흐름을 멈추고 반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상승흐름이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경기상승 국면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 수요확대와 생산증가가 소득증가로 이어져 다시 수요가 확대되는 선순환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현재 세계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지만 미국은 완전고용 수준에 이른 실업률로 추가적인 고용확대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임금상승 우려로 통화긴축 기조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미연준은 올해 금리를 2차례 가량 추가적으로 더 인상할 계획이며 2019년까지 3%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수요확대의 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상승은 소비와 투자를 둔화시키면서 경기회복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주택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건설경기와 관련 내구재 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우려된다.
또한 주요 선진국의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호전되던 기대심리를 다시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트럼프 케어 실패에서 보듯이 야당이나 공화당 내 반발로 인해 인프라 확대 등 트럼프 재정확장 정책이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트럼프 정부는 정책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통상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회복되던 세계교역의 흐름을 약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연달아 예정되어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선거일정이나 브렉시트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유로존 국민들의 수요심리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2000년대 중반의 대안정기에는 세계교역 확대를 통해 개도국의 노동력이 선진국의 기술과 결합하면서 생산성의 빠른 상승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반대로 세계교역을 축소시키는 보호무역주의의 흐름이 강화되면서 분업을 통한 생산성 증대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는 2000년대 중반의 4%대 성장을 회복하기보다는 3% 내외의 낮아진 성장률을 기준으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 

초저물가보다는 2~3% 수준 예상

세계경제가 다시 0%대 초저물가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가 다시 급락하기보다는 50달러 내외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부진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상승 압력은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올 3월 실업률은 4.5%를 기록해 10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낮아졌다. 유로존 실업률은 여전히 9.7%로 높은 수준이지만, 독일의 경우 실업률이 올초 5.4%까지 낮아지는 등 통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일본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훨씬 낮은 3% 초반의 실업률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실업률뿐 아니라 구인구직 비율 같은 다른 노동지표들도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졌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인자수/구직자수)은 지난해말 기준 1.4배로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인난을 겪는 일본기업 중 36.6%가 인건비 상승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임금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기업들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된다. 독일 기업들의 40%가 숙련노동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실업률 하락이 임금 및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낮은 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노동부족 현상이 심해질 경우 앞으로 임금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세계적인 노동생산성 저하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령화로 서비스산업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노동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반면 생산가능인구 증가세는 계속 낮아지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중기적으로도 임금상승 속도가 물가상승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은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 통화정책이 긴축기조로 돌아서겠지만 경기회복 흐름이 빠르지 않은 만큼 급격한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미연준은 그동안 2%를 밑도는 인플레가 지속되었던 만큼 향후 상당기간 동안 물가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단기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상회하지 않도록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역시 당분간 인플레 우려보다는 지속적인 경기회복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2~3% 밴드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3.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

국내 소비자물가 대외요인에 민감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상승 역시 세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수요회복보다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는 내수비중이 작고 수입품 중 원자재 비중이 높은 경제적 특성 상 물가가 대외요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글로벌물가 움직임이 한국 물가상승률에 어느 정도 설명력을 가지는 지 추정해보면, 인플레이션 변동성의 62%가 글로벌물가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글로벌물가 설명력은 대안정기에 비해 로플레이션기에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난다. 대안정기 글로벌물가 움직임의 국내 인플레이션 설명력은 낮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74%로 크게 높아졌다.
올 1분기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변동에 대한 품목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석유류 가격 변화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 1분기 물가상승률은 2.1%를 기록해 작년 초 대비 1.2%p 높아진 바 있다. 물가상승률의 기여도를 구해 보면 석유류 가격의 기여도가 1.0%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며 농축수산물가격 기여도는 0.3%p 상승했다. 농축산물가격 상승은 올 초 AI로 달걀 및 닭고기 가격이 오르고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대외부문의 석유공급 충격과 국내 농축산물 공급충격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셈이다.
반면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 1분기 총수요 압력에 따른 물가상승 효과는 -0.2%p로 여전히 수요요인은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2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4분기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디플레 갭에서는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물가상승세 둔화

유가상승이 멈추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원자재 요인에 따른 물가상승 효과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이상기후에 따른 채소류 작황이나, AI, 구제역 등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의 급등현상도 공급이 정상화됨에 따라 점차 진정될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수출이 두 자리 수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단가상승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물량 증대는 완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 등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은 제품이 수출증대를 이끌고 있어 내수경기로의 파급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확대기에는 수출과 내수경기의 괴리가 심했던 경험이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고용유발효과가 큰 건설투자의 활력이 낮아지고 사드 사태나 북한리스크에 따른 불안요인 등으로 소비심리도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상승 압력도 크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제조업 업황회복, 매출 증가는 일부 업종에 국한되어 있어 전반적인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과 해운업 등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관련 부문의 실업 확대도 예상된다.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지만 전반적인 성장 저하 추세와 높은 청년실업률을 감안할 때 인력부족 현상이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의류 등 소비재 시장의 개방도가 점차 높아지고, 불합리한 유통시장의 제도 개선도 이어지면서 제조업 제품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

중기적으로 저물가 기조 이어질 전망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물가 상승률은 하반기로 갈수록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중 공급충격 등 단기적 요인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겠지만 하반기 이후 이러한 효과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1%대로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성장둔화 추세를 감안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역의 둔화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등 개도국의 빠른 추격, 대규모 경상흑자에 따른 원화절상 압력 등으로 우리 수출부진이 지속되면서 성장활력이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임금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수년간은 성장세 저하에 따른 물가하향 압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은 1995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어들었지만 극심한 수요부진으로 실업이 더 늘어나면서 1997년 이후 장기간 디플레이션이 지속된 바 있다. 특히 세계교역 위축과 보호주의 압력으로 생산기반이 해외로 계속 나갈 경우 국내 생산기반이 약해지면서 디플레 압력이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의 인플레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긴축을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금리격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미리 우려하기보다는 국내경기의 회복국면 진입여부를 좀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기적으로 낮은 성장세와 인플레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통화정책의 신축성을 높여 중기적으로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범위를 유지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성장활력을 높임으로써 디플레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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